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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8. 어느 여행의 기록 (6)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31
내도동(6) 오늘은 해 떠 있는 시간의 반쯤 스마트폰을 보면서 지냈다. 맞고를 조금 치다가, 일본 배우의 이미 봤던 백과사전 기사를 다시 찾아보다가, 일본 TV에서 한국을 다룬 영상까지 거의 서너시간을 찾아보았다. 사이에 찬기와 성만이와 전화통화도 했다. 여기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기로 했으니 그렇게 한 것도 자책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웹서핑(?)을 하고 나서 찝찝함을 느끼곤 하는데 왜일까? 우선 다른 더 해야할 일이 있는데 정면으로 대좌하지 못하고 도피했다는 창피함, 죄책감 때문이고 그 다음은 즐기는 것치고 내가 주가 되어 무언가를 즐겼다는 느낌보다는 종이 되어 끌려다닌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해야하는 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될 수 없을까? 어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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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0. 어느 여행의 기록 (7)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30
거문오름 이미 좋은 풍경을 많이 보았어도 새로운 길을 떠나듯이, 인생은 이미 삶의 달콤한 순간을 많이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쁨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의 신경을 빼앗는 중요치 않은 일, 걱정과 시름에 쏟는 열정과 관심을 줄여야 한다. 어떤 일을 대면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단순한 회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그러나 꼭 맞부딪쳐야만 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어가 생각한 다음 중간 결론이 나왔다면 그 다음 행동을 개시해야 할 시점을 명백히 해두고 그때까지는 기쁨을 주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했던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은 나 자신에 집착하지 않고, 나와 거리를 두고 우주적 혹은 외부적 견지에서 스스로를 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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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2. 어느 여행의 기록 (8)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28
내도동(7) 나는 일기에 '어떤어떤 내용은 최소화하고 늘 간결하게 써야 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머지 일기 쓰기를 어렵고 꺼려지는 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오늘은 며칠 만에 러셀의 마무리를 짓는다. "(도덕적 용기와 지적 용기)에 관해서도 비법이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한 가지씩 고통스러운 진실을 스스로 인정하라. 그러면 이 방법이 날마다 친절한 행동을 연습하는 보이스카우트 훈련법처럼 유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도덕성이나 지성에서 친구들을 월등하게 앞서든 앞서지 못하든 관계없이, 인생은 살 만한 보람이 있다고 느끼도록 자신을 훈련하라. 이러한 훈련을 몇 년간 계속하다 보면 두려움 없이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두려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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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3. 어느 여행의 기록 (9)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28
내도동(8) 9일에 시작했던 여행이 20하고도 3일째의 저녁을 맞았다. 주말 내내 아침에 계속 자거나(이건 낫다) 일어나서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기 때문에 오늘은 일어나서 거의 바로 움직였다. 주말에는 열시쯤 눈을 뜬 다음에도 일본 TV의 한국 관련 프로, 무한도전 2회치, 엔하의 무도 항목, 비정상회담 외국반응 등을 찾아보다 두시 넘어서야 움직이곤 했다. 오늘 처음 일어났을 때는 여행을 이렇게 길게 했는데도 별로 설레이지도, 기쁘지도 않고 '이제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해야할 거 많다'는 생각에 심드렁하다가 누가 온 줄 알고 깜짝 놀라 마루에 나가는 바람에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씻으러 들어갔다가 내친 김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오전에 두시간 정도 청소와 빨래를 하고나서 점심 먹고 들어와 도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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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4. 어느 여행의 기록 (10)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27
외도동 바닷가의 카페 헤이데이에서 글을 쓴다. 50번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가다 내려서 여기로 왔다. 오늘 날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승생은 또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 외도동(내도동)은 내일 떠나면 일부러 찾아오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버스에 앉아있는 짧은 순간 밀려왔기 때문이다. 어승생을 갈까 고민하러 앉아 있었던 버스정류장에 마침 시내 가는 버스가 도착하자 충동적으로 탄 것이었지만 오히려 버스에 타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이 분명해졌다. 생각이 불분명할 때는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단 그것이 곧 취소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나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오늘은 일어나서 하루종일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이른 아침 처음 깬 이후로 몇 번을 깨면서 열한 시까지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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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4일쓴다 2020. 6. 6. 02:17
오늘은 두 시인줄 알고 일어났는데 열두 시였다. 두 시간이나 공으로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또 가라앉았다. 여기에서도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녹두 자취방에서의 삶과 별다른 삶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자취방에서는 하지 않았던 사소하지만 질긴 몇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예컨대 소파에 묻은 주스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다거나, 무쇠 후라이팬에서 자꾸 검은 가루가 묻어 나온다거나 하는.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결국 아무래도 좋은 일들이다. 나는 지금 정말 아늑한 곳에 있다. 자판을 두드리는 너머로는 산이 보이고 산등성이 너머로 피어오르는 파란 하늘의 구름을 볼 수 있다. 저녁 떄가 되면 붉게 물드는 노을을 마루에서 감상할 수 있다. 조용하고 아늑하다. 집 밖에는 공원이 있는데 나가면 춥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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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8일쓴다 2020. 6. 6. 02:16
글 쓰는 건 언제나 힘들지만, 유독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석사를 복학하고 나서 첫 학기의 일이다. 그때 어찌나 고민을 많이 했던지, 그무렵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글 쓰는 게 힘들다는 얘기들 뿐이다.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다. 간신히 써놓은 글이 중구난방 수준인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순간에는 '간신히'라도 해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라도, 이거는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닌 것 같은데, 보통 사람들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어떻게 해야 더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평범함보다 모자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내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3년 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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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1일쓴다 2020. 6. 6. 02:14
밥 먹으러 식당 가는 것도 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기 있다 보면. 여전히 버벅대는 영어로 힘겹게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척하고, 내 얘기를 지어내는 게 힘들게 느껴져서다. 그렇게 가라앉아 있을 때, 나는 문득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고, 때로는 뒤로 가는 것처럼 느껴져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다. 어제까지 나는 평소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도, 오늘 (혹은 지금 이 순간) 나는 또다른 마음으로 작은 것을 바꿔보려고 할 수 있다.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두려워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하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 더 말해 달라고 청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