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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8월 14일
    쓴다 2020. 6. 6. 02:17

    오늘은 두 시인줄 알고 일어났는데 열두 시였다. 두 시간이나 공으로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또 가라앉았다. 여기에서도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녹두 자취방에서의 삶과 별다른 삶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자취방에서는 하지 않았던 사소하지만 질긴 몇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예컨대 소파에 묻은 주스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다거나, 무쇠 후라이팬에서 자꾸 검은 가루가 묻어 나온다거나 하는.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결국 아무래도 좋은 일들이다. 나는 지금 정말 아늑한 곳에 있다. 자판을 두드리는 너머로는 산이 보이고 산등성이 너머로 피어오르는 파란 하늘의 구름을 볼 수 있다. 저녁 떄가 되면 붉게 물드는 노을을 마루에서 감상할 수 있다. 조용하고 아늑하다. 집 밖에는 공원이 있는데 나가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그늘에 있으면 조금 선선하다 싶은데, 가디건을 입으면 해가 질 때까지는 몇 시간 동안 정물화 속의 풍경처럼 있을 수 있다. 제주도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모습들이 시내버스 40분 타고 나가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평화롭게 감사하면서 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내가 해야 되는 것들과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인터넷을 뒤적이며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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