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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11월 22일 그 날의 기억
    쓴다 2020. 6. 6. 02:13

    나는 그 날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희미하게 그 날 학관에서 밥을 먹으면서 와이티엔 뉴스를 보고 있었던가 짐작이 될 뿐이다. 그나마의 기억도 그 당일이었는지, 며칠 후였는지조차 확언할 수 없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분명하게 떠올랐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이. 인천에서 제주 가는 여객선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여객선일텐데, 그것이 가라앉고 있다고? 다른 배를 착각한 게 아닐까? 속보를 봤을 때, 나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 다음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분명하다. 그렇게 큰 배면 구명보트나 대피 장비도 잘 갖춰져 있고 배도 천천히 가라앉을텐데 큰 일이야 있겠어? 내가 그당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뭘 보고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었는지 아무 기억도 없지만, 정말 저렇게 생각했던 것만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난다.

    나는 지금도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 생각을 모두 뒤집어버린,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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