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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4월 4일
    쓴다 2020. 6. 6. 02:45

    감기가 심해져서 종일 방에 있었다. 나는 하루가 길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훈련소에서 귀향이 확정되고 혼자 생활관에 남아 있었을 때도 심심하다는 생각은 거의 안 들었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침대에 눕지도 않았었는데, 그때도 시간은 잘 갔던 것 같다. 못 보낸 편지를 쓰고, 앞으로의 계획도 좀 생각하고, 하얀 회벽에 비친 햇빛의 색깔이 변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스물 네 살 때의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곱으로 간다고 엄마가 말했다. 스물 여덟이 되었고 덧붙여진 사 년의 세월은 나를 세차게 두드린다. 어둠이 깔리고 아이들이 사라진 놀이터에서 여전히 서성이는 한 아이처럼, 나는 시간의 자락을 붙잡고 주저앉은 채 그렇게 서서히 흐르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한 결과가 아니라 가만히 있는 쪽으로 애쓴 결과일 게다. 겨우내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나뭇가지에서 며칠 사이에 꽃들이 아찔하게 피어올랐다. 밤이 늦었는데 문득 하얀 달빛을 받는 벚꽃이 보고 싶다. 꽃은 금방 질 것이고 꽃을 본 기억 역시 아득해지겠지만 지금 이순간 기왕 머무르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면, 부단히 머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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