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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3.20. 어느 여행의 기록 (7)
    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30

    거문오름

    이미 좋은 풍경을 많이 보았어도 새로운 길을 떠나듯이, 인생은 이미 삶의 달콤한 순간을 많이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쁨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의 신경을 빼앗는 중요치 않은 일, 걱정과 시름에 쏟는 열정과 관심을 줄여야 한다. 어떤 일을 대면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단순한 회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그러나 꼭 맞부딪쳐야만 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어가 생각한 다음 중간 결론이 나왔다면 그 다음 행동을 개시해야 할 시점을 명백히 해두고 그때까지는 기쁨을 주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했던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은 나 자신에 집착하지 않고, 나와 거리를 두고 우주적 혹은 외부적 견지에서 스스로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러셀의 행복론과 비슷하다. 나 자신에 대한 진정한 앎은 이런 입장에서 비롯될 수 있다. 나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가장 깊게 하게 되는 때는 어떤 걱정이나 우울감이나 비애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 도전적인 논문을 쓸 때, 생각이 깊은 사람과 얘기를 할 때, 색다른 경험을 했을 때, 훌륭한 책을 읽었을 때,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자극 속에서 글을 쓸 때이다. 그러므로 고뇌자의 포즈에 부합되는 어떤 특별한 일을 찾을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며 그날의 경험에 빠지며 내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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