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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3.23. 어느 여행의 기록 (9)
    쓴다/여행 기록 2020. 6. 6. 02:28

    내도동(8)

    9일에 시작했던 여행이 20하고도 3일째의 저녁을 맞았다.

    주말 내내 아침에 계속 자거나(이건 낫다) 일어나서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기 때문에 오늘은 일어나서 거의 바로 움직였다. 주말에는 열시쯤 눈을 뜬 다음에도 일본 TV의 한국 관련 프로, 무한도전 2회치, 엔하의 무도 항목, 비정상회담 외국반응 등을 찾아보다 두시 넘어서야 움직이곤 했다.

    오늘 처음 일어났을 때는 여행을 이렇게 길게 했는데도 별로 설레이지도, 기쁘지도 않고 '이제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해야할 거 많다'는 생각에 심드렁하다가 누가 온 줄 알고 깜짝 놀라 마루에 나가는 바람에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씻으러 들어갔다가 내친 김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오전에 두시간 정도 청소와 빨래를 하고나서 점심 먹고 들어와 도두 쪽으로 나갈 생각에 7번을 기다리다 놓쳤다. 다음 버스나 기다리자며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들어오는 외기를 느꼈는데 야자 잎새에 바람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니 버스 놓친 게 아깝지도 않고, 내일이면 이 집을 떠난다는 게 매우 아쉬웠다. 이 집에서 있었던 순간 중에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내가 이 순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떠났으면 정말 안타까웠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5분, 10분, 15분인가 누워있다 문득 나의 앞날에 대한 생각들을 좀 정리해보고 싶어 노트를 펴고 끄적였다. 그러다 날씨가 이리 좋은데 한번은 밖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도두봉으로 한시간 반 정도 다녀왔다.

    오늘은 딱히 멀리 다녀온 게 아닐지라도 알차게 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오전에 몸을 움직이며 하기로 마음 먹었던 일을 완벽한 방식은 아닐지라도 만족스럽게 마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압박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아주 작은 것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면 결국 하지 못하리라 느꼈던 것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핸드폰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 외에 없는 듯이 사는 게 내가 삶을 알차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데 크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내일은 집에서 전공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공부를 해야 나한테 잘 맞고 질리지 않을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싶다. 그리고 밤에는 알작지에 나가 송별의 맥주 한 캔을 마시고자 한다. 저녁은 올래국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단,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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